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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청소년 성을 사는 '35세 한국남성'...왜 근절되지 않나 (1)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
※마부작침 주: [마침]은 마부작침의 길고 긴 종합기사입니다. 스크롤 압박이 심한 장문의 기사지만 링크 건너가지 않고 한 번에 읽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준비했습니다. 기사를 끝마친다는 의미도 담았습니다.

○'16세 여중생'과 채팅한 1천 명 분석

"동 법률안은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화하고 있는 청소년의 성매매 현상에 강력한 제동을 걸기 위한 법입니다. 첫째, 아동 청소년의 성매매를 조장하는 중간매개자들과 이들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하는 자를 강력히 처벌하여 그릇된 성 문화를 개선하고..."

"현실에서는 아동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끔찍한 성 착취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으며..."


어느 국회의원의 발언과 한 시민단체의 논평 중 일부다. 청소년 성매매의 심각성을 강조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큰 차이점이라면 뒤의 논평은 지난 6월 10일, 즉 2019년에 발표됐는데, 앞의 발언은 1999년 11월 23일, 당시 정세균 의원이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제정을 제안하며 했던 발언이라는 시점의 차이다. 20년 전 이미 심각한 사회문제로 거론됐던 청소년 성매매, 오늘날에도 "지속적 발생" 중이다. 그때나 지금이나 명백히 불법인 청소년 성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이유는 어디에 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지난해 '2018 성매매 리포트' 보도에 이어 이번엔 '2019 청소년 성매매 리포트'를 준비했다. <마부작침>은 우선 청소년 성매매의 온상으로 지목되는 '랜덤채팅앱'의 채팅 자료를 수집했다. 2017년 판결문 통계를 근거로 청소년 성매수 피해자의 평균 연령으로 조사된 16세(만 15세) 여중생으로 자신을 소개하고 채팅앱에 들어가 1천여 명과 채팅했다. 자칫 선정적일 수 있는 소재지만 성매매 실태 파악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해 최대한 불필요한 선정성을 배제하면서 기사를 준비했다. 실제 대화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기보다는, 데이터 분석을 거쳐 필요한 만큼만 노출했다. '16살 여중생'에게 접근해 온 1천여 명의 채팅 자료를 분석한 내용부터 공개한다.

● "미성년자도 괜찮다"는 자칭 학원강사... '빙산의 일각'이었나

*위 대화는 주요 내용만 정리한 것입니다. 비속어와 틀린 맞춤법은 조정했습니다.2019년 5월 20일 오전 9시 5분. 채팅앱에 접속하자 29세 남자, 33세 남자, 34세 남자라고 본인을 소개한 채팅 상대들이 일제히 말을 걸어왔다. 그 중 '학원강사'라는 닉네임, 처음부터 '두 번에 40'(만 원)을 제안했던 그는 미성년자인데도 괜찮느냐고 묻자 "네"라고 답하며 "바로 갈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 성매수 제안을 거절하자 금액을 올렸다. 자신에 대해서는 매너와 성격이 좋은 평범한 강사라고 소개했다. 계속 거부하자 생각 바뀌면 연락하라고 덧붙였다.

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는 엄연히 현행법을 어기는 범죄다. <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제13조는 1항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는 행위를 한 자는 1년~10년 징역 또는 2천만 원~ 5천만 원 벌금에, 2항에서 아동·청소년의 성을 사기 위해 유인하거나 성을 팔도록 권유한 자에 대해서도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위 채팅의 자칭 '학원강사'는 청소년성보호법 13조 2항에 따라 처벌받을 수 있다.

저런 추악한 채팅 상대들. 드문 경우였을까, 아니면 '빙산의 일각'이었을까.

● 10명 중 6명,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

<마부작침>은 1천여 명과 채팅 내용을 채팅 목적에 따라 분류했다. 구체적인 금액을 제시하며 성 매수에 응할 것을 요구한 경우는 '성매수', 금액 제시는 없었으나 성적인 내용의 채팅을 요구하면 '성적 목적 채팅'으로, 역시 금액 제시는 없었으나 성적인 목적으로 만날 것을 요구하면 '성적 목적 만남'으로 분류했다. 금액이나 성적 목적을 명시하지 않고 채팅과 만남을 요구하면 '단순 만남'과 '단순 채팅'으로 분류했다. 단순 만남과 채팅도 성적 목적의 만남이나 채팅, 성매수 제안까지 진전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으나 확보한 채팅 내용에 근거가 있을 때만 '성적 목적'으로 분류했다.

그렇게 전체 채팅 내역을 분석해보니, 말을 걸어온 이들의 63.7%, 10명 중 6명은 성적인 목적으로 접근해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채팅앱 이용자 전체가 그렇다고 할 순 없으나 <마부작침>이 조사한 채팅에서는 분명히 그러했다. 세부 내역을 보면 가장 많은 건 성적인 목적의 채팅으로 31.9%, 그 다음은 성매수로 25.6%였다. 성적 목적의 만남은 6.2%였다.

성적 목적이 확인되지 않는 단순 대화는 30.3%, 단순 만남 요구는 5.7%였고 나머지인 기타 0.3%는 청소년 성매수의 피해자가 될 수 있으니 주의하라는 시민단체의 메시지였다.

● 5명 중 1명, '미성년자'라는데도 성매수 응하라고 권유

<마부작침>과 채팅앱에서 대화한 1,034명 중 노골적으로 성매수를 제안한 건 25.6%인 265명이었다. <마부작침>은 성매수 제안을 해온 이들에게 먼저 ① '16살 여중생/미성년자예요' 라고 답변했다. 그럼에도 재차 제안하는 경우엔 ②'안 하겠다'라고 답한 뒤 이후 반응을 살펴봤다. 또 성매수 제안한 이들이 대화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무엇이었는지 단계별로 집계했다.

 

 


단계마다 "계속하겠다"나 "포기" 같은 분명한 의사 표명이 없는 경우엔 분류에서 제외했다.
성매수 제안한 265명에게 '미성년자' 혹은 '16살 중학생'이라고 밝히자, 그 중 80%인 212명은 '상관없다', '괜찮다'면서 성매수에 응할 것을 집요하게 제안했다. 이렇게 '미성년자 성매수'를 제안한 건, 전체 채팅 1,034명의 20.5%인 212명이었다. 



이들에게 성매수 제안을 거절한다고 답하자 135명, 63.7%는 "돈을 더 주겠다", "수위를 낮춰서 하겠다"며 거듭 요구에 응하라고 유인했다.

●처음엔 '용돈', 다음엔 '필요'·'괜찮다'... 마지막엔 '생각'

채팅 초반부터 성매수를 제안한 265명이 가장 많이 사용한 단어는 '용돈'과 '가능'이었다.(용돈 30회, 가능 29회) '조건만남'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ㅈㄱ'과 '조건'을 합치면 다음으로 많았고(26회), 'ㅁㄴ'과 '만남'의 합계가 뒤를 이었다(23회). 성매수 대가를 가리키는 것으로 보이는 여러 숫자도 눈에 띈다.

"미성년자", "16살 중학생"이라고 답변한 뒤 채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필요'(31회), 그리고 '괜찮다'(30회), '상관없다'(24회)였다. '필요'는 필요할 때 보면 된다는 식으로 언급하면서 다수 등장했다. '학교'(21회), '경험'(17회), '학생'(10회), '교복'(8회) 등의 단어도 등장했는데 미성년자, 학생이라고 밝힌 뒤 채팅을 이어가면서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

성매수 제안을 거절한 다음 단계 채팅에서 가장 많이 사용된 단어는 '생각'이었다.(31회) "생각 바뀌면 말해 달라" "천천히 생각해보라" "잘 생각해보라" 등 성매수 제안에 응하라고 설득하는 말들이 다수였다. 자신에 대해 "나쁜 사람 아니다", "이상한 사람 아니다", "무서운 사람 아니다" 등 안심시키면서 역시 성매수 제안을 받아들이라고 설득할 때 사용한 '사람'이 다음으로 많이 사용됐다(21회). 성매수 대가를 뜻하는 숫자의 크기가 초기 채팅 때보다 커진 것도 눈에 띈다.

● 닷새 간 채팅에서 만난 1천여 명... 청소년 성매수 검거인원도 1천 명

<마부작침>이 닷새 동안 채팅한 상대는 1,034명이다. <2017 대검찰청 범죄분석>을 보면 2017년 한해 <청소년성보호법>에서 청소년 성매수 혐의로 검거된 사람 수가 1,081명이다. 이들 중 재판을 받아 성범죄자로 확정된 건 344명에 불과하다. 미성년자라고 밝혔는데도 성매수를 시도한 이들은 <마부작침>이 확인한 것만 닷새 동안 212명이나 됐다. 청소년 성매수로 처벌받은 성범죄자의 수가 '빙산의 일각'이라는 점만은 분명해 보인다.

○ 청소년 성을 사는 그들은 누구인가

● '그'는 누구인가

2019년 5월 21일 랜덤채팅앱 *톡에 접속했다. 오전 10시 29분, 프로필에 30세 남자라고 표시한, 닉네임 '조건'이 말을 걸어왔다.

*위 대화는 주요 내용만 정리한 것입니다. 비속어와 틀린 맞춤법은 조정했습니다."학생이면 더 좋다", "잘생겼고 이상한 사람 아니"라는 그, 어떤 사람이었을까.

● '35세 남성', 사무관리직이 최다

지난 2017년 한해 <아동·청소년 성 보호에 관한 법률(이하 청소년성보호법)> 13조(성매수 등) 위반으로 확정 판결이 난 사건을 기준으로 살펴보자.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430개 사건 가해자의 평균 연령은 34.7세. 최소 19세부터 최고 71세까지 있다. 30대가 37.7%(162명)로 가장 많고 20대 34.4%(148명), 40대 21.2%(91명)로, 20~40대가 전체의 93.3%를 차지했다. 성매수 가해자는 모두 한국 국적 남성이었다. 즉, 나이와 성별로만 정리하면, 청소년 성을 사는 이들은 '35세 한국 남성'이다.

<마부작침>이 수집한 '1천여 명 채팅'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채팅앱에서 자신의 성별과 나이를 프로필에 구체적으로 밝힌 건 932명이었다(120세라고 적은 2명 제외). 정보가 사실이라고 가정하면, 채팅 참가자는 최소 17세에서 최고 65세, 평균 연령은 29.6세였고 4명을 제외하면 모두 남성이었다.

다시 2017년 청소년성보호법 위반 사건의 판결문 통계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직업별로는 사무관리직 비중이 가장 커 32.0%였고, 다음은 서비스판매직 19.2%였다. 이 두 직업군을 합치면 전체의 절반에 이르렀다. 무직(13.1%), 단순노무직(11.9%)이 뒤를 이었고 전문직도 7.3%를 차지했다. 학생과 군인, 그리고 교사 성매수범도 있었다. 이와 별도로, 아동·청소년 교육이나 보호와 관련한 청소년 보호직종 종사자가 10명 포함된 것으로 조사됐다.

● '최소' 징역 1년인데 더 가벼운 형량...이유는?

이들 청소년 성매수범은 어떤 처벌을 받았을까. 2018년 판결을 보자.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남부지방법원에서 선고한 사건. 2년에 걸쳐 가출청소년인 피해자에게 10~20만 원씩 주고 30여 차례 성매수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징역 10개월을 선고했다. 이 사건에 적용된 <청소년성보호법> 13조 1항은 징역형인 경우 최소 1년에서 최대 10년까지 선고하게 돼 있는데 최소 형량보다도 더 가볍게 선고한 것이다.

역시 지난해 2월 1일 서울 서부지방법원에서 선고한 사건. 채팅앱을 통해 알게 된 17살 피해자에게 10만 원을 주고 1회 성매수한 피고인에게 법원은 징역 6월,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 위 사건과 마찬가지로 선고 형량은 법에서 정한 최소 형량보다 가벼웠다.

<마부작침>은 2018년 서울 지역 5개 법원에서 선고한 <청소년성보호법> 13조 위반 사건 1심 판결문 31건을 분석했다(피고인 2명인 사건은 2건으로 분류). 13조 1항(성매수) 사건 28건, 2항(성매수 유인·권유) 사건 4건이었다(1건 중복: 1항·2항 모두 해당). 13조 1항의 법정형은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 원 이상 5,000만 원 이하 벌금'이다. 해당 사건 28건 중에 징역형 실형 선고는 17.9%(5건), 징역형 집행유예 60.7%(17건), 벌금형 21.4%(6건)이었다. 실형의 평균 형량은 34.8개월, 집행유예는 평균 23.3개월 유예였고 벌금 액수는 평균 1,250만 원이었다.

 


징역형 선고 22건 중 법으로 정한 최소 형량인 1년보다 가볍게 선고한 판결이 63.6%(14건)나 됐다. 벌금형 6건은 아예 벌금액 평균이 법정 최소 벌금인 2,000만 원보다 적다. 그중 단 1건만 벌금 2,000만 원이었는데 이는 성매수와 절도를 함께 범했던 사건이었다.

법에 어긋난 선고가 아니다. 판사는 범죄의 정상에 참작할 만한 사유가 있으면 그 형을 절반 깎아줄 수 있다(형법 제53조 '작량감경(酌量減輕)'). 덕분에 성매수범 상당수는 최소 형량이나 벌금보다도 가벼운 처벌을 받았다. 판결문에 나온 감경 사유는 "범행을 반성", "초범" 등이었다.

지난 2017년도 마찬가지였다. 성매수 사건 피고인 344명 중 징역형 실형은 7.6%(26명), 집행유예 64%(220명), 벌금형 28.5%(98명)이었다. 징역 평균 형량은 22.4개월이었고 이중 9명은 1년 미만의 징역을 선고받았다. 벌금액수는 평균 1,162만 원이었다. 이들 역시 "초범"이거나 "범행을 반성"한다는 이유로 감경받았다.

● '성 매수'는 다른 성범죄보다 죄질이 가볍다?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는 원래 이렇게 판결하는 것일까. 다른 성범죄도 그러한지 실형 선고비율을 중심으로 살펴봤다.
 

청소년 대상 성범죄 중 성폭행(강간)과 유사성폭행(유사강간)은 각각 실형 선고비율이 74.7%, 64.4%로 압도적이다. 음란물제작, 강제추행 등은 상대적으로 집행유예 비중이 크긴 하나 전체의 4분의 1 넘게 실형 선고를 하고 있다. 실형 선고비율이 10% 미만인 건 성매수가 유일하다. 2012년 이후 성매수의 실형 선고는 대체로 10% 안팎을 유지해 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6년 아동·청소년 성매매 관련 보고서에서 "문제는 성인 성구매자가 법망에 걸리더라도 높은 법정형에 비해 처벌은 솜방망이 식으로 가볍게 그치고 마는 데 있다"면서 "성인 성구매자들이 성매매의 단속 및 처벌을 두려워하지 않는 현실에서 엄격한 처벌규정은 무용지물에 지나지 않는다"라고 지적했다.

○ 모두가 아는데도 방치되는 채팅앱

● 호기심에 받아본 그 앱, 여전히 활개치는 그 앱
 

이 글은 '하루라도 빨리 성매매가 없는 날이 왔으면 좋겠습니다'라는 문장으로 끝난다. 3년 전 성매매 피해를 당했던 10대 청소년이 자신의 피해 경험을 돌아보며 쓴 글이다.

십대여성인권센터 등 시민단체들은 이들 10대 피해자 2명과 함께 지난 2016년 10월, 7개 채팅앱 운영자를 고소·고발했다. 아동·청소년을 상대로 성매매를 조장하고 알선, 유인했다는 이유였다. 이 사건을 맡은 경찰은 수사에 착수했다.

같은 해 이뤄진 여성가족부의 성매매 실태 조사 결과, '성매매 조장 앱' 317개가 확인됐다. 이들 앱은 '채팅', '랜덤채팅', '소개팅' 등 키워드를 내세웠지만 실제로는 성매매를 조장하고 있었다는 게 조사팀 판단이었다. 이 가운데 87.7%(278개)는 본인·기기 인증이 필요 없어 누구나 사용할 수 있었다. 아예 앱 사용연령을 17세로 제시한 앱이 3분의 2(210개)나 됐다. 조사팀은 채팅앱 운영자들이 앱을 매개로 한 성매매에 대해 알면서도 성매매로 유인하거나 방조하고 있다고 결론내렸다.

3년이 지나 2019년 6월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 '채팅' 키워드로 검색하면 250개의 앱이 확인된다. <마부작침>이 '1천 명 채팅' 자료를 수집했고 그 중 21%가 청소년 성매수를 시도했던 앱들도 여럿 포함돼 있다. 상황은 달라진 게 없어 보였다. 그러면 앞서 언급한 '성매매 조장 앱' 고소·고발 사건 수사 결과는 어떠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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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이세영

등록일2019-06-27

조회수18,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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